물리적·열적·화학적 재활용 중 화학적 재활용이 순도·품질 좋아 각광 SK지오센트릭,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3사와 맞손 LG화학, 충남 당진에 2만톤 규모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건설 롯데케미칼, 울산 공장을 2030년까지 재활용 페트 공장으로 전환
바닷가에 쌓인 폐플라스틱 잔해의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9년 3억5000만톤에서 오는 2060년 10억1000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순환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이 화학업계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는 탈플라스틱 기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재활용산업을 고도화하고 재생원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9년 3억5000만톤에서 오는 2060년 10억1000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을 거치며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크게 늘었다.
2019년 기준 418만톤 수준이던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21년 기준 492만톤으로 집계됐다. 마스크와 포장재 등의 사용 증가로 인해 코로나19 이전 대비 17.7% 증가한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녹색기술센터(GTC)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54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하며, 오는 2026년까지 596억달러(약 77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녹색기술센터(GTC)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7.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녹색기술센터]
◇SK지오센트릭·LG화학·롯데케미칼,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업계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캐나다의 루프,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영국 플라스틱에너지와 손을 잡고 지난 15일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 ARC’ 기공식을 진행했다.
울산 ARC에는 1조8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서 구현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했다.
울산 ARC의 완공 시점은 2025년 연말로,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매년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하다. SK지오센트릭이 추산한 울산 ARC의 연 매출은 7000억원, 영업이익은 2500억~3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총 3100억원을 투자해 내년까지 충남 당진에 연 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외에도 미국 곡물 기업인 AMD와 협력해 2025년까지 연간 7만5000톤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토양에서 쉽게 분해되는 점이 특징이다.
롯데케미칼은 페트 분야에서 화학적 재활용에 힘쓰고 있다. 기존 울산 공장을 2030년까지 화학적 재활용 페트 공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울산 2공장에 1000억원을 투입해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페트 전용 해중합 공장을 건설 중이다.
◇화학적 재활용,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으로 각광
플라스틱 재활용은 크게 물리적(기계적) 재활용과 열적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으로 구분된다. 물리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리, 선별한 후 파쇄해 플라스틱을 알갱이 형태로 만들어 기존 공정에 다시 투입하는 것이다.
열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소각해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다른 산업 공정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전환해 기존 납사와 같은 원료로 만들어 다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물리적 재활용의 경우 여러 번 재활용하면 분자 구조간 결합력이 떨어져 반복적으로 재활용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열적 재활용도 소각 시 유해물질이 발생해 재활용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의 경우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리기 때문에 품질 변화 없이 지속적 재활용이 가능하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크게 ▲열분해 및 후처리 기술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 기술(PET 재활용)으로 나뉜다. 각각 플라스틱을 고온에서 처리해 순수 원료를 추출하거나, 플라스틱을 이루는 분자 결합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국내 기업 SK지오센트릭과 협력하고 있는 캐나다의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루프의 다니엘 솔로미타 최고경영자(CEO)는 “화학적 재활용은 이론적으로 품질 저하 없이 무한정 재활용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순도나 품질 역시 떨어지지 않고 유지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탈플라스틱 기조…플라스틱 규제 국가 간 경계 초월한 화두
이와 관련 우리나라 정부 역시 ‘탈(脫)플라스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업계의 사정은 감안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1년의 계도 기간을 두고 추진했던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를 최근 철회해 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계도기간 종료 시점을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되는 때’로 불명확하게 제시해 규제를 사실상 무제한 연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플라스틱 규제는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실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최종 회의인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3)’가 내년 11월25일부터 12월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