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연평균 8.7% 성장…2031년 82조원 전망 SK지오센트릭·LG화학·롯데케미칼, 기술 개발하고 공장 신설 나서 자원재활용법 다음달 24일부터 시행,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 박차
석유화학 업계가 다음달 말로 예정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 종료에 대응해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시재활용센터에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가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과 시설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24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담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석화업계는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공급, 플라스틱 순환 체계 구축,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플라스틱 규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담겨 있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 일회용 제품 제조시 재활용 소재 사용 의무를 현 15%에서 2030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2025년 25%, 2030년 30%까지 페트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커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연평균 8.7%씩 성장해 오는 2031년 610억달러(약 82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지오센트릭·LG화학·롯데케미칼,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선점 나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지난 26일 글로벌 포장재 기업 암코와 협약을 맺고 2025년부터 생산 예정인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암코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울산 어드밴스드 리사이클링 클러스터(ARC) 열분해유를 원료로 제작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을 공급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은 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울산 남구에 세계 최초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ARC를 구축 중이다. 내년 중 완공을 목표로 하는 울산ARC는 열분해와 해중합, 단일 폴리프로필렌(PP) 추출 등 3대 화학적 재활용을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완공 후에는 연간 32만톤의 폐플라스틱 처리가 가능하다. 32만톤은 500ml 폐페트병 213억개에 달하는 양이다.
LG화학은 26일 실생활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바닥재 원료인 친환경 가소제를 만들어 플라스틱 순환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가소제는 폴리염화비닐(PVC)의 유연성과 탄성을 향상시키는 필수 첨가제로 바닥재, 자동차 시트 등에 사용된다.
LG화학은 내년까지 충남 당진에 연간 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국내 최초로 초임계 기술을 적용해 그을림 없이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이렇게 해서 생산된 열분해유를 다시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하는 식이다.
앞서 LG화학은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기저귀를 출시하고,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리모컨과 셋톱박스 등을 선보였다. 지난 3월에는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 착공을 통해 탄소 중립과 자원 선순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친환경 소재 브랜드 '에코시드'를 출시했다. 에코시드는 물리적,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리사이클 소재(PCR)과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생분해성플라스틱)를 하나로 통합했다.
롯데케미칼은 기존 울산공장을 2030년까지 화학적 재활용 페트 공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내년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울산2공장에 해중합 공장을 신설하고, 11만톤 규모의 화학적 제활용 페트(C-rPET)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
◇'화학적 재활용' 석화업계 화두로 떠올라
친환경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업황을 크게 타는 석유화학 산업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이 폐플라스틱을 세척하고 분쇄해서 쓰는 '기계적 재활용'이었다면, 이제는 화학 반응을 통해 원료를 회수하는 '화학적 재활용'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업계가 이처럼 다양한 플라스틱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이유는 석유화학 등 제조업이 국내 산업계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 생산량은 2021년 기준 글로벌 4위(1270만톤·에틸렌 기준)에 달한다.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여러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재활용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자체가 환경에 좋지 않고, 사실상 이론적으로는 플라스틱으로 된 상품을 제조·판매하지 않아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석유화학 업계는 이미 사용된 폐플라스틱을 최대한 화학적인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정부가 '제30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유엔 플라스틱 협약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가 밝힌 핵심 대응방향은 신재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설정 등 일률적인 규제조항 신설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며 각 나라별로 실정에 맞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한편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은 2021년 12월 31일 개정 공포된 이후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년간의 계도기간을 가졌으며, 다음달 말 계도기간이 종료된다. 규칙은 전국 음식점·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등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을 사용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