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등록일 : 2021-10-28
안 썩는 폐플라스틱이 다양한 원료와 신제품으로 재탄생...석유화학업계 '주도'
철강업계, 버려지는 패각을 철 생산하는 부원료로 재활용
배터리 업계, 폭발적 증가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해 양극재로 재사용
폐플라스틱, 폐조개, 폐배터리 등 산업계가 폐품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SG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는 가운데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각종 폐품들을 재활용해 가치있게 만들고, 새로운 사업영역까지 창출하고 있다.
안 썩는 폐플라스틱이 다양한 원료와 신제품으로 재탄생...석유화학업계 '주도'
플라스틱은 한때 썩지 않고 녹슬지 않는다는 이유로 ‘20세기 최고 발명품’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썩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된 상태다.
연간 1200만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데, 이는 1분에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의 쏟아 붓는 것과 같다. 현재 속도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석유화학업종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활발히 연구되고,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2021년 1월 연속 공정 기술로 세계 최대 열분해 공장을 시험 운전 중인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폐비닐 등 기타 플라스틱 소재에 열을 가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납사(naphtha)를 얻어내는 열분해유 기술을 확보했다.
SKC는 일본 벤처기업 칸쿄에네르기 기술을 적용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파일럿 설비를 짓고 있다. SKC는 2023년까지 상업화 설비를 구축해 연 5만톤 이상의 폐플라스틱으로 3만5000톤 이상의 열분해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분해유로 보일러 연료를 생산하다가 추후 불순물 제거 수준을 차츰 높여 플라스틱 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화솔루션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열분해유를 고품질 원료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열분해유에 있는 질소·산소·염소 등 불순물을 화학적 기술로 제거해 고순도 납사를 만들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폐플라스틱 활용 산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재생 폴리프로필렌(PCR-P)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4월, 2024년까지 울산2공장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11만톤 규모의 C-rPET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C-rPET은 폐페트(PET)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기계적으로 재활용되기 어렵던 유색 및 저품질 폐PET를 원료로 사용한다. 롯데케미칼은 또 국내 최초로 재생 폴리에틸렌(PCR-PE) 포장백을 자체 개발, 자사 제품 포장에 활용하고 있다.
LG화학은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한다. LG화학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버려진 스트레치 필름을 수거한 뒤 이를 재활용해 쿠팡에 다시 공급하기로 했다. 전국 쿠팡 물류센터에서 연 3000톤 규모의 필름 폐기물이 재활용되는 것이다. LG화학은 화학적 재활용된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로 저탄소 투명 고부가합성수지(ABS) 상업화도 시도하고 있다.
버려진 페트병이 옷이나 가방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효성티앤씨는 여수광양항만공사, 플리츠마마와 리젠오션 프로젝트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여수광양 일대의 입출항 선박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을 수거하고, 효성티앤씨는 이를 재활용해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오션(regen® ocean)을 생산하고, 플리츠마마가 옷과 가방 등 패션 제품을 만드는 구조다.
최근에는 포스코와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함께 광양만권 자원순환 MOU를 체결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내 폐페트병을,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항만 내 폐페트병을 수거하고, 효성티앤씨가 리젠 원사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리젠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근무복, 안전조끼와 같은 제품과 지역 내 사회적 기업을 통해 다양한 굿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효성티앤씨는 내년까지 폐페트를 화학적으로 분해·재활용할 수 있는 해중합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폐PS(폴리스티렌)을 열분해해 얻은 ‘스티렌’으로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스티렌은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와 라텍스의 원료가 된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서부발전, 리보테크는 폐플라스틱으로 수소를 만들 계획이다. 서부발전은 폐플라스틱 연속식 열분해 전문기업인 리보테크, 수소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폐플라스틱 수소화 기술개발 △폐플라스틱 수소생산 및 수소활용 사업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하루 폐플라스틱 20톤을 열분해해 수소로 만들 경우 약 3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버려지는 패각을 철 생산하는 부원료로 재활용
철강업계는 버려지는 폐조개 껍데기를 재활용해 철을 생산하는 부원료로 쓰고 있다.
폐조개 껍데기는 패각으로도 불리는데 전국적으로 연간 30~35만 톤 정도 발생된다. 그동안 활용처 제한으로 어촌 지역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경남 및 전남 어촌에 패각 폐기물 92만 톤이 수년째 방치되어 있으며, 이는 폐수와 분진, 냄새 등을 유발하여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패각 성분이 ‘소결공정’에서 사용되는 석회석의 성분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남 여수 패각 가공 전문업체인 여수바이오와 함께 석회석을 패각으로 대체할 방안을 공동 연구해왔다. 그리고 지난 15일 여수바이오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패각 재활용환경성평가 승인을 획득함에 따라 패각을 제철 부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소결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적합한 소결광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으로, 석회석은 소결광의 형태를 구성하고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철강업계가 제철공정에서 패각을 재활용하게 됨으로써 지역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석회석 대체재 활용을 통한 자원 절약과 경제성 확보도 가능해져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버려진 패각 약 92만 톤을 제철공정에 활용할 경우 소나무 약 3억 그루를 심는 것과 유사한 효과인 약 41만 톤의 CO2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 폭발적 증가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해 양극재로 재사용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업계는 폐기되는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오는 2030년 10조원을 돌파, 2040년에는 87조원까지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수록 폐기되는 배터리도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통해 배터리에서 리튬, 코발트 등 금속자원을 추출해 배터리 양극재로 재사용 할 수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 충전 성능 기존 대비 60~80% 정도로 하락 하지만 ESS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리튬 등의 배터리 원재료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배터리 생산 차질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세운 합작법인(JV)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맺었다.
얼티엄셀즈는 이를 통해 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의 코발트, 니켈, 리튬, 흑연, 구리, 망간 알루미늄 등 배터리 원재료를 재활용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이 같은 폐배터리 순환 고리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천안과 울산 공장에 스크랩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공장에서 발생한 스크랩을 재활용 전문 업체의 공정을 통해 황산 코발트로 재생산, 원부자재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하는 한편, 다른 업체인 '성일하이텍'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성일하이텍은 지난 7월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제2 리사이클링 공장을 완공한 폐배터리 전문 업체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5만톤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BMR(Battery Metal Recycle)로 명명하고 확보한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폐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수산화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2년 시험생산에 돌입한다. 2024년에는 국내외 상업생산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와도 손잡고 폐배터리 재활용 체계 구축에 나섰다. 기아는 배터리 성능 평가 시스템을 이용해 폐배터리를 ESS로 재사용 가능한지를 판별한다. SK이노베이션은 독자 개발한 리튬 회수 기술을 활용해 금속 자원을 회수하고 이를 배터리용 양극재에 사용한다.
이러한 산업계의 다양한 폐품 재활용에 정부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원사격에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10월 13일 방사선 기술을 융합해 폐플라스틱 저감 순환구조를 구축하는 연구개발 사업을 내년에 신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엔 2026년까지 약 230억원이 투입된다. 이미 내년 정부안에 해당 사업과 관련한 예산 20억원이 반영돼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폐품이 각종 제품이나 소재로 재활용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ESG 경영과 환경규제 등을 고려할 때 다각적인 기술혁신이 요구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지속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폐플라스틱·폐조개·폐배터리... 산업계는 지금 '폐품 재활용' 전성시대 < 경제 < 기사본문 - 뉴스저널리즘 (ngetnews.com)